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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말한다.

[펌] 독일인과 대화하기

by 헤르만 2013. 10. 25.

베를린리포트 사이트에서 퍼온글입니다.



(1) 독일어가 꼭 그렇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독일에 들어오기 전 독일어를 그리 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과연 독일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을 가졌던 사람은 비단 나 한 사람만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최소한의 행정절차는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으로 먹고 입고 생활하는 것 하나 하나에 다 독일어가 필요할텐데, 기껏해야 독일어는 'Danke'와 'Entschuldigung' 밖에 모르는 상황에서 정말 목숨이나 제대로 부지할 수 있으려나 의심스러운 게 대부분의 유학준비생들 심정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독일에 들어와보면 다 알게 되듯, 독일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데 뛰어난 독일어실력이 그렇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수퍼마켓이건 어디건 간단한 손짓과 눈치만으로도 의사소통은 다 되게 마련이고, 독일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영어를 기본적으로 다 하기 때문에, 영어랑 뭐랑 엉터리로 섞어서 막 얘기하다 보면 다 뜻이 통해 최소한 굶어죽을 염려는 놓아도 된다. 

(2) 독일어는 자기 나름대로 알아서 하면 된다 

어차피 평생동안 독일에 머물러 있을 것도 아니고, 순수한국식 독일어나 뜻도 모르고 흉내내는 독일어로 마구 지껄여도 결국 뜻은 다 통하게 마련인 이상, 기 죽지 말고 자기 편한 대로 독일어를 밀어붙여도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몇시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를 독일어로 하자면 "Koennen Sie mir sagen, wie spaet es ist?"가 되겠지만, 언제 이 복잡한 말을 갈길 바쁜 독일인들 앞에서 다 웅얼거리겠는가? 나는 한동안 내 주위의 독일인 친구들을 흉내내어 "마루?(Flur?)" 한마디로 항상 시간을 묻고 다녔다. '마루'라는 게 시간을 묻는 것과는 아무 상관 없는 말이지만, 내 주위 독일인들이 항상 그렇게 묻길래 나도 흉내냈던 것이었고, 그렇게 물어도 독일인들은 내게 아주 친절하게 시간을 가르쳐줬던 것이다. 나의 "Flur?"를 독일인들이 모두 "Wieviel Uhr?"로 대충 새겨서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그 이후로도 한참이 지난 다음의 일이었다. 

(3) 짤막짤막하게 끊어서 말해도 누가 뭐라지 않는다 

유학생활을 아주 오래 하신 선배님들이 독일어 하시는 것을 보면 아주 짤막짤막하게 끊어서 매우 간단하게 독일어를 해치우고 계시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게 독일어를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실력이지만, '어떻게 지내?(Wie geht's?)' '너 뭐해?(Was machst du?)' '뭐할라 그래?(Was willst du?)' '그건 뭐야?(Was ist das?)' '어디가?(Wo bist du hin?)' '뭐라고?(Was hast du gesagt?)' 등의 간단한 질문과 '잘 돼가(Alles laeuft gut)' '멋진데(Das ist klasse)' '난 싫어(Ich mag das nicht)' '걱정 마(Keine Sorge)' '조심해(Pass doch auf)' '잠깐만(Moment mal)' '서둘러(Schnell, Beeilung)' 등의 짤막한 외침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말들일 것이다. 

(4) 가끔씩 장난도 쳐주면 좋다 

독일인 친구에게 생일을 물을 때 항상 "Wann bist du geboren?"만 고집하면 독일생활 앞으로도 되게 지루하게 해야 할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한번 "Unter welchem Zeichen bist du geboren?"이라고 물어보자. 동양인이 그런 것도 아냐는 듯 유쾌하게 웃으며 자기 생일이나 별자리를 얘기해줄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똑같이 "Unter welchem Zeichen bist du geboren?"하고 묻게 되는데, 이때는 지체 없이 "Kein Eintritt"이라고 대답하자. 독일어는 이렇게 장난을 쳐가면서 배우는 것이다. 그밖에도 "전화번호가 몇번이야?(Was ist deine Nummer?)"에 대해서는 "전화번호부를 봐(Steht im Telefonbuch)"라는 대답을, "뭐라고? 다시 말해봐(Wie, bitte?)"에 대해서는 "리바이벌은 없어(Keine Wiederholung)"라는 대답을, "앗, 미안, 아프니?(Ach, Entschuldigung, Tut weh?)"에 대해서는 "그래, 미칠 지경이다(Ja, wie verrueckt)"라는 대답을 한번 써먹어보자. 자그마한 웃음을 유발하면서 독일인과의 사이에 그 자리에서 친밀감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5) 한국의 유행어도 독일에서는 통한다 

독일인들은 유난히 간섭이 심하다. 철저한 개인주의자로서 안면몰수하고 자기 권리를 챙긴다는 차원을 떠나, 불필요한 데까지 아주 심하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프로이센의 공동체정신과 독일인 특유의 완벽주의때문일까?). 이에 대해서 한번은 "내비둬. 이렇게 살다 그냥 죽을래(Lass mich. Ich will einfach in dieser Weise leben, und danach sterben)"라고 대꾸했더니 그 효과는 말 그대로 직빵. 내가 공부하는 연구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곧 우리 학생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었다. 언제 한번은 내가 독일인 여자애 하나한테 코 좀 조용히 풀라고 부탁을 하게 되었는데(독일인들은 유난히도 코를 쎄게 푼다), 그 여자애 '내비둬. 이렇게 살다 그냥 죽을래'하고 대꾸하고는 통쾌해 죽겠다는 듯 오호호 웃어댔다. 물론 내가 이대로 당하고 있을리가 있나. "너 정말 죽는 꼴 한번 봤으면 원이 없겠다(Wenn ich dich gestorben sehen koennte)"로 복수를 해주고는, 토라지며 울려 그러는 그 여자애를 달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6) 'Nein'과 'Doch'의 구별 

독일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독일어는 무슨 복잡한 법률문장도 경제용어도 아닌 '응(Nein)'과 '아니(Doch)'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이는 독일어에서 부정의문문의 경우 'Nein'이 '응'을 의미하게 되고, '아니'를 말하려면 'Doch'라 말해야 한다는 데 기인한 것으로, 차라리 말 한마디 못 했으면 오해나 안 사지, 정반대로 대답하고 의기양양하게 된다는 점에서 'Nein'과 'Doch'의 피해문제는 한국인에게 거의 심각하다고 할 만한 수준이다. 

내 독일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내가 'Nein'과 'Doch'를 거꾸로 말한다는 것은 오랜 기간 놀림꺼리였는데, 그렇게 놀림받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Doch'란 말이 제대로 안 나와 나는 번번히 망신을 당해야 했다. 그러다가 내가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Doch'를 제대로 외친 것은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놀림을 받고 나서였다. "Gregor(내 독일어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한번 그레고리라고 말해버린 적이 있다), warum hast du keine Freundin? Ist dein Schwanz nicht so gross?" 그리고서 내가 당연히 'Nein!'이라 대답할 줄 알고 잔뜩 웃을 채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내가 즉각 쏘아붙인 대답. "Doch!" 

(7) 독일어는 술집에서 배우자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독일어를 교회나 성당에서 배웠다고 하고, 여학생들 경우는 독일인 남자친구와 연애하면서 배웠다고 하지만(독일남자들은 동양여자라면 미쳐 환장한다. 피부가 곱고 쫄깃쫄깃한 탄력이 생고무라나?), 나는 기독교를 믿지도 않고 남자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어 술집에서 독일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냥 술집에 들어가 괜찮은 독일 여자 있으면 한 몇십분 눈싸움을 벌이다 슬그머니 다가가 "혼자이신가요?(So alleine?)" "여기 자주 오세요?(Sind Sie oft hier?)" "옆에 앉아도 되요?(Ist der Sitz frei?)" 등으로 수작을 거는데, 일이 잘 풀리면 꽤 오랜 시간 같이 앉아 얘기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절대 독일여자로부터 "하나 더 할래?(Willst du auch noch einen?)"란 말을 들었다고 다음은 자기가 산다는 뜻으로 이해하지는 말자. 독일인들은 남자건 여자건 철저히 덧취페이이기 때문이다. 

(8) 그 밖에 알아두면 편한 독일어 

괜찮네. Nicht zu verachten. 
별거 아냐(뭘 그리 놀래나). Kein Wunder. 

들어가도 되냐? Darf ich hineingehen? 
응, 들어와. Ja, bitte. 
왜 불러? Was ist? 
무슨 일 있었어? Was ist denn mit dir los? 
무슨 일이야? Was ist passiert? 
나 지금 가야해. Ich muss los. 
금방 돌아올께. Ich bin sofort wieder zurueck. 
금방 와야 해~. Komm schnell zurueck~. 
약속이 있다네. Ich habe eine Verabredung. 
점심이나 같이 하지. Wir treffen uns zum Mittagessen. 
그럴려고 했었지. Ich habe so versucht. 
다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Alles verdanke ich Ihnen. 
기쁜 일이네요. Es freut mich. 
뭘요, 천만의 말씀. Nichts zu danken. 
영광입니다. Es ist meine grosse Ehre. 
실례해도 될까요? Darf ich mal kurz stoeren?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Wie kann ich Ihnen helfen? 
뭘 도와드릴까요? Was kann ich fuer Sie tun? 
뭘 원하시죠? Was darf es sein? 
잘 오셨어요. Herzlich willkommen. 
(선물) 열어봐도 될까요? Darf ich aufmachen? 
정말 죄송합니다. Tut mir wirklich leid. 
아뇨, 괜찮아요. Nein, macht das nicht. 
제 잘못인 걸요. Es ist meine Schuld. 
불 좀 켜도 돼? Darf ich einschalten? 
오늘 텔레비젼 뭐해? Was bringt heute Abend? 
하지만 증명된 건 아니지. Aber nicht ausgewiesen. 
도대체 왜 그랬어? Warum hast du es denn gemacht? 
다쳤니? Bist du verletzt? 
아직도 있냐? Schon lange hier? 
잘 자. Traeum suess. 
지독하게 춥군. Es ist verdammt kalt. 
내 껀 아닌데. Das ist nicht von meinem. 
그냥 너 가져. Du darfst das behalten. 
참을 수 없다! Ich bin nicht zu halten! 
농담이야. Das ist mein Scherz. 
이젠 됐네, 이 사람아. Ich habe keine Lust mehr dazu. 
이거 요즘 유행이야. Das ist jetzige Mode. 
하느님 맙소사! Gott bewahre! 
어우, 유치해! Mein Gott, wie kindisch!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Was hat das mit uns zu tun? 
멈춰! Hoer auf! 
너 많이 컸다?! Du bist gross geworden?! 
자, 날 따라와봐. Los, folg mir. 
꿈이냐 생시냐. Ich glaube, ich traeume.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 Wer essen will, muss auch arbeiten. 
약속은 약속이지. Versprochen ist versprochen. 
날 믿어. Verlass auf mich. 
세보세요, 확인하실겸. Zaehlen Sie nach, zu Sicherheit. 
그냥 받아두세요, 제 마음이에요. Beleidigen Sie mich nicht. 
너 어디 아프냐? Bist du krank? 
너 미쳤어? Hast du eine Knall?(Bist du wahnsinnig geworden?) 
엉, 니가 생각한 게 그거였어? Ach, das meinst du? 
그것 참 웃기게 생겼군. Das sieht ja komisch aus. 
메리 크리스마스! Froehliche Weihnachten!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in gutes neues Jahr! 
준비됐~나? Bist du bereit? 
자, 준비하시고, 땅! Achtung, fertig, los! 
성공이닷(내가 이겼닷)! Ich hab gewonnen! 
해냈구나! Du hast geschafft! 
나두 알어. Das weiss ich auch. 
지금 나한테 화 내는 거야? Bist du boese auf mich? 
언제 한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Habe ich dich nicht schon mal irgendwo gesehen? 
아직 이름을 모르는데. Ich kenne doch deinen Namen nicht. 
술 못 마셔? Bist du Anti-Alkoholikerin? 
이거 마시면 괜찮아질 거야. Vielleicht hilft das. 
부럽다~! Ich beneide dich! 
여자 없이 살아볼까해. Ich versuche meine Zukunft ohne Frauen zu geniessen. 
넌 나를 좋아하게 될 거야. Glaube mir, du wirst mich moegen. 
안아줘! Nimm mich, halt mich fest! 
내가 갈까, 아님 니가 올래? Zu dir oder zu mir? 
널 잊지 못할 거야. Ich werde dich nie vergessen. 
나를 놓아줘! Lass mich los! 
그 여자랑 끝냈어. Ich bin mit ihr fert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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