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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븃!

사랑할때와 죽을때(상)

by 헤르만 2008. 12. 9.
'러시아에서의 죽음은 아프리카와는 다른 냄새가 났다.'


2차대전의 포화속. 전쟁의 막바지.
독일사병 에른스트 그레버는
죽음이 깊게 드리워진 러시아의 추위속에서  2년만에 휴가를 얻게된다.
단2주의 휴가.
'그는 선로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고향으로, 안전함으로, 따뜻함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로,
평화속으로, 아직도 남아있는유일한 것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고국 독일에 점점 가까워 질 수록 그곳이 예전의 고향이 아님을 알게된다.
전쟁의 포화는 가해자인 그들또한 비껴갈수 없는 것이다.
하켄가 18번지의 그의 집에 도착했을때는 공습으로 무너저 버린 흔적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잿더미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돌맹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가 곧 그만두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파편이 치워진다 해도 철근과 큰크리트, 그리고 주춧돌이 나올 것이다.
이 집이 제대로 지어졌다는 사실은 폐허에 접근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부모님은 미리 피신하셨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남부 독일의 어느 마을에 계실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딘가 침대 속에서 주무시고 계실지도 모른다.
어머니, 저는 텅비었어요.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부모의 생사를 찾던중 만나게된 엘리자베스 크루제.
그녀는 전쟁의 참상에 매말라버린 그의 마음에 단 한줄기 생명수가 된다.


'...갑자기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여 붉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고,
꽃은 놀라울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은 보리수 나무가 되었다가 그 다음에 땅이 되었다.
땅은 솟아올라서 농토가 되고 하늘이 되고 엘리자베트가

되었다. 그는 그녀 속에서 자신을 느꼈다...'


독일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쓴 대중적인 작품.
1차대전을 겪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서부전선이상없다' 로 새계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독일내의 나치가 집권하면서 이 책이 금서목록에 올라 그는 망명길에 오른다.
사랑할때와 죽을때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되었고(1958년), 레마르크는 극중 폴만선생으로 잠깐 출연한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군국적이라거나 전범의 입장에서 자신들을 대변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정적이고, 폐허의 세계에서 돌아갈 곳이 없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레마르크는 1차대전을 직접겪고, 긴 망명생활의 영향인지  
소외된 이방인의 이야기가 작품 곳곳에 베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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