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생신 하루전인 오늘. 내일은 고향에 내려 가시겠다며 오늘 시간을 내서 생신기념 가족간 저녁을
본가 집앞 횟집에서 하기로 했다.
집 앞에 새로 생긴지 얼마 안되는 집이라 일단 기대하며 차례로 나오는 스끼다시를 음미했다.
하지만 나오는 것들이 내겐 다른 집들에 비해 부족해 보이고 맞도 그저 그랬다.
메인메뉴인 회가 나오고 아버지와 동생들과 회를 먹고있는데, 옆 끝자리의 남자 세명이 앉은 자리에서
돌연 한 남자가 아무 말도 없이 손을 플라스틱 접시에다가 몇번 내려 치더니 앞에 잡히는 접시들을 잡아다 상에
패대기 치는 것이었다. 우리 식구와 주변 손님들은 놀라 쳐다보는데 그 남자가 이젠 앞에있는 소주병을 상애 내려쳤다.
분명 술마시고 뭐가 꼴렸는지 홧김에 하는 행동같았는데 문제는 그 내려친 소주병의 파편이 여기저기 날리면서
가장 가까이 앉아있는 우리 식구한테 날라왔다는 거다.
그리고 손가락 크기만한 파편이 내 옆에 앉은 아버지 이마에 맞았다.
아버지는 앗 소리를 내며 이마를 만지셨고, 그 남자와 일행은 정말 아무 일 업다는둣 일어서서 나가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이마에서는 굵은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피를 확인한 나는 놀라서 아무 말 못하고있었는데 남동생은 그 남자들에게 경찰에 신고한다며
나가는 남자를 저지하러 일어났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아버지 곁에 앉아 있었다.
동생이 경찰을 부르고 10분 남짓한 시간에 경찰 둘이 도착했다.
작년에 살던 옆집 부부싸움때문에 출동한 경찰외에 출동경찰을 보는건 이번이 두번째인듯하다.
남동생은 경찰앞에서 자초지정을 이야기 했고, 경찰은 일을 저지르고 가 버린 남자 대신 서 있는 일행중 한명에게 당사자를
보낸건 잘못한거라 했다. 동생은 무척 화가 나 있었다. 그 조금은 덩치가 있는 일행중 한 남자는 경찰이 오기전에 동생에게
화를 내며 심하게 말한듯 했다. 경찰이 오자 온순한 말투로 변해버린 그 남자의 행동에 동생은 화가 더 났다.
남자는 당사자가 아니지만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경찰은 일단 합의를 하지만 만약 상대방이 합의를 재대로 이행안할시엔 고소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 주민번호와 전번, 이름등을 적어 가져가고 , 혹시나 불이행시를 대비해 우리쪽 전번과 이름등을 적어갔다.
우리 식구는 근처 고대병원으로 갔고 아버지는 상처가 1센치 정도 찢어져 있어서 마취후 꿰메는 작업을 받으셨다.
이 모든것을 동생이 앞에 나서서 진행했다. 난 아무말 없이 털털하게 털어내시는 아버지 곁에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가 좋은 날에 꿰맬 정도로 다치셔서 무척 화가났지만 그보다 아무말 못하고 앉아있었던 내게 더 화가 났다.
만약 남동생들이 없었다면 난 그 술취한 남자들에게 가서 큰소리로 그들의 잘못을 따질수 있었을까?
동생들은 진단서를 그 남자에게 보이기 위해 갔고, 나와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가까이 앉은 내가 맞지 않은게 다행이라며 오히려 안도 하셨다.
부끄럽고, 아무것도 못해 죄송했다.
차 시간 때문에 같이 있어 드리지 못하고 일찍 나왔지만 흉터가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 때문에 여기저기 상처와 흉터가 베어있는 몸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픈데...- ㅜ
너무 맘이아파 쟁겨뒀던 아사히 병맥주를 홀로 홀짝이며 글을 쓰고 있다.
그러고보니.. 고대병원은 고교 졸업후 몇년후에 돌아가신 친구아버지가 장례식을 치뤘던 곳이기도 해서
더 씁쓸했다. 곳곳에 베어있는 추억은 즐겁기보단 슬픔을 간직한 곳이 많다.
아마 본가 앞의 그 횟집도 망해 사라지지않는 한 볼때마다 쓴 웃음이 나오며 기분이 좋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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