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7일 아침
잘 먹고 물도 잘 마셨던 만식이.
그런데 하루종일 화장실을 왔다갔다하는게 뭔가 심상치 않았는데
오줌을 못싸고 계속 왔다갔다하며 찡찡댔음.
작년엔가 이런 적이 한 번 있어서 하루쯤 기다려보기로 했음.
그땐 새벽에 병원가보려고 알아보는 중에 바닥에 오줌을 싸고 나았기 때문이었음.
18일.
아침이 되니 이불 위에다가 오줌을 싸놓았음.
그러고 아침에 먹은것을 토를 하고 밥도 못먹는 것임. 오줌싸러 또 왔다갔다 하고.
결국 병원에 가기로 함.
나이가 있어 일반동물병원에서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조금 큰 데로 가보기로 했음.
오후 2시에 택시타고 병원에 갔음. 병원은 꽤 컸는데 3층까지 있었음.
1층에서 접수하고, 2층으로 엘베타고 올라가 따로 마련된 고양이대기실에 앉아 있었음.
여기까지는 접수대 직원분이 같이 동행해줬음.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고 ㅎㅎ

일찍왔는지 사람이 없어 먼저 수의사를 만날 수 있었음.
증상을 이야기하니 요도쪽에 이물질이 끼어서 오줌이 안나오는 것 같다며
검사와 처치가 필요하다고 했음. 그래서 대기실에서 기다렸음.
20분정도면 된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1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음. 저 멀리서 고양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아마도 만식이겠지.
수의사와 다시 대면했는데 요도쪽에 세균감염에 의해 요도가 부어있다고 했음.
그리고 신장수치가 아주 좋지 않다고 했음. 1~3단계라고 하면 거의 3단계까지 올라와있다고.
수의사는 조심히 입원을 권했는데, 난 만식이의 나이를 잊고 예전처럼 집에 가면 빨리 나을 줄 알았음.
4시쯤 처방약 받고 퇴원을 했음.

택시를 타러 길 건너가서 2대나 잡았는데 세상에 내가 승차거부를 당한것임.
마지막 한대에는 만식이를 트렁크에 조심히 넣어 놓고 나서야 탑승이 가능했음.
하지만 조용한 차 안에서 고양이 소리를 내니 기사도 차 걱정이 됐나봄.
내가 내려서 만식이를 꺼내는데 기사가 나와서 결제한 카드를 건내주는 것임.
보통 기사들은 안내리잖아? 트렁크 확인하러 내렸는지 어쨌는지 이번에야 택시 기사들의 동물걱정(?)이
끔찍하다는 것을 알게되는 계기가 됐음.
병원도 갔다 왔으니 이제 괜찮겠지?
하지만 걱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음.

19일.
저녁에 만식이가 토하고, 오줌도 조금씩 여기저기 지리면서 가리지를 못하는 것임.
묽은 피도 섞여서 나오고.
밥도 잘 못먹고 힘없이 누워있는데 그 모습에 난 정말 많이 고민했음.
하루 더 기다릴까?
만식이는 신장을 하나밖에 못 써서 신장수치가 높다는 말이 자꾸 맴돌았음.
그래서 밤 늦게 (7시쯤) 카카오 택시를 불러 (밤이라 차가 안잡혔음) 동물병원으로 갔음.
다행이도 기사님이 고양이 소리를 듣고 좋아하셔서 안심했음. 나이가 많은 기사분이었는데
자기도 고양이를 키워봐서 좋아한다고. 내리고 카카오평점에 별 다섯개 드렸음.
입원한다고 먼저 전화를 해서인지 바로 2층으로 올라갔음.
입원시키고, 수의사분이 보고 가라고 해서 작은 병원상자에 누운 만식이를 보고
난 무너지는 것 같았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모습. 박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힘 없는 얼굴을 한 그 모습에 사람이 무너진다는게 이런 거구나.
처음 느꼈음.
그리고 집에가서 후회했음.
내가 정말 잘 한짓인지 수십번 되물었음.
그놈의 신장수치만 아니었으면 조금 더 지켜봤을 텐데.
너무 우울해서 집에오고 맥주를 마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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