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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말한다.

보았지만 줍지않았다.

by 헤르만 2011. 1. 25.
청담역계단을 올라가던중 바닥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발견했다.
분명 바닥에떨어져 주인을 잃은 선명한 하늘색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보았음에도 줍지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것은 분명 주인을 잃은 소위 '꽁돈' 이었는데도 줍지않고 잠시 망설이다 그자리를 떠난것에는
2년전의 흑역사가 한몫했다.

2년전
독산동에서 홀로 살고 있었을 때,
퇴근길 집으로 가기위해 언덕길을 오르는데
저 앞에 뭔가가 눈에 띄었다.
주인없는 돈 천원짜리.
주변에 아무도 없기에 걍 줏어갔다.
그런데 그날저녁
자는 나는 목을 졸리는 기분나쁨을 느껴야 했고
일어나서도 그 느낌은 섬찟하리 만치 선명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돈을 주은 자리를 다시확인해 봤다.
돈이 있던 장소는 한 점집.
빨간깃발 펄럭이고 향 냄새가 미약하게나마 전해지는 작은 단칸집 앞이었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고
난 그 부근에서 천원을 또 줏었다.
이번엔 돈을 줍자마자 바로 써버렸다.
써버리고 내 수중에 없으면 그때의 섬찟함을 느끼지 않을거라 판단해서였다.
그날저녁 목은 졸리지 않았으나
뭔가 굉장히 기분나쁜 꿈은 꿨었던거 같다.;;;;

이날 이후
몇번의 주인없는 돈을 줍는 일이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날만은 그때의 생각이 스치면서 망설이게 되었을까?


씁쓸한 이야기 뒤의 정화의 한 컷.^^